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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상자

망상증 환자에 대해

어제 밤에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아무도 모른다 - 혼자만의 싸움>이란 제목으로 망상증 환자들에 대해 다루었다.


가끔 텔레비젼에서 망상증 환자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혼자서 얼마나 괴로웠을까? 스스로가 의심스러우면서도 오감을 통해 느껴지는 정보는 자신의 망상에 확신만 더 해주니 내면의 갈등이 보통 심한게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사람은 항상 생각을 하게 되어 있고 그렇게 하는 생각들 중에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많은 추측들도 포함 된다. 어느 날 세상과 자신의 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추측을 하게 되었을 때 그 추측을 사실로 느끼게 되는 정보를 현실로 부터 지속적으로 얻게 된다면 추측은 확신으로 굳어져 버릴 것이다.


심리학자 칼 구스타프 융(Carl Gustav Jung)의 주장 중에는 '공시성'이란 것이 있다.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라고 하는데 내가 오늘 꿈에서 본 것과 비슷한 장면이 그날 텔레비젼 광고에서 나온다든가 최근에 내가 관심 갖는 주제에 대해 의도 하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도 동시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든가 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사람이 어떤 결정을 하게 되는 데에는 '공시성'이 많은 영향을 준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부정적인 상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망상증 환자들은 '공시성'을 남들 보다 더 잘 느끼는 사람들이었을 수도 있다. 자신의 부정적인 생각에 부합하는 정보를 빨리빨리 현실로 부터 얻다 보니 더 급격히 망상증으로 치달았던 것은 아닐까?


텔레비젼을 통해 주로 접하게 되는 망상증 환자의 한 부류는 스스로가 관찰 및 감시되고 있다고 믿는 부류다. 아마도 그 분들은 처음에는 누군가로 부터 감시 받고 있다는 느낌만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상대가 누군지도 목적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으니 음모론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정부라든가 어둠의 세력, 또는 외계인으로 부터 감시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굳이 정신병자가 아니더라도 인간의 오감은 항상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 자신의 관점에 따라 세상을 느끼게 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망상증 환자의 왜곡된 감각을 치료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 처럼 자신에게 정신분열증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에도 왜곡된 감각은 평생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참고 :  영화 <뷰티풀 마인드>정신분열증 극복-노벨 경제학상 수상 천재의 삶 - 신경정신과)


피해망상은 무엇으로 부터 시작되는 것일까? 내 생각에 사람은 스스로가 세상과 분리되어 있다고 느낄 때 그에 반발하듯 세상과 자신을 더 강하게 엮는 생각과 느낌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것이 부정적인 생각일 때 피해망상증 환자로 발전하는 것 같다. 감시 받고 있다는 망상이 특히 그런데 정부라든가 어둠의 세력, 외계인 등으로 부터 감시를 받을 정도로 자신은 세상에서 중요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세상과 분리 된 인간은 죽은 인간이나 마찬가지이므로 내면에서 살기 위해 보호본능 처럼 이런 현상을 발동시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 된다. 하지만 피해망상은 현실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갖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 속에서만 세상과 관계를 갖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감시 받고 있다는 망상이 사실이라 치더라도 그로 인해 인생의 많은 부분을 알 수 없는 무언가와의 신경전으로 소모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아마 망상이 사실이더라도 극단적인 선택 외에는 스스로가 해결할 수도 없는 일일 것이다. 해결할 수도 없는 일에 계속 마음만 쏟고 있는 것은 시간 낭비다. 망상이 사실이든 아니든 스스로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감시 받는 느낌을 무시한다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