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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소설]가족농원에 살고 있는 뱀이 말했다.

아는 분의 초대로 러시아 '다차' 같은 가족농원에 갔다.
때는 6월이었고 그 집은 할아버지, 할머니 부터 한창 뛰어다니기 바쁜
어린 손녀 둘까지 제법 사람수가 되었다.
다 해야 100평이 될까 말까한 작은 농원이었다.
러시아 '다차' 처럼 통나무로 지은 작은 집이 있고 그 앞으로 주차할 수 있는 마당과
뒤로는 싱싱한 채소가 자라고 있는 푸른 텃밭이 보였다.
아이들은 벌써 뛰어다니기 시작하고 어른들은 차 안에서 가져온 짐을 나르느라 바빴다.
나는 주위의 풍광을 감상하며 잠시 집 둘레를 돌아보고자 했다.
편안한 기분으로 터벅터벅 걸음을 옮겨 집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텃밭 앞에서 머리를 세운 뱀 한 마리와 마주쳤다.
나는 구렁이인지 독뱀인지 모르겠으나 아이들도 있는데 다칠까 걱정이 되어
어떻게 조치를 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뱀은 보아하니 텃밭 근처에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뱀을 텃밭 밖으로 쫓아야 할까 아니면 이 주위에서 살도록 가만 내버려 둬야 할까 고민했다.
텃밭에 사는 뱀도 사람과 공생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하였다.
그때 뱀이 마음의 언어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뱀은 텃밭의 땅을 갈지 말아달라고 내게 부탁하였다.
땅을 갈지 않는다면 자신도 얼마든지 사람과 공생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나는 정말인지 알 수 없었지만 뱀과 공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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